대한의사협회는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남부경찰청의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을 규탄했다. (사진=김미경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환아 사망사건 수사를 이유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행한 경찰을 강하게 규탄하며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압수수색 당시 응급실에서는 생후 6개월 영아에 대한 긴급 처치가 진행 중이었다며, 수사당국의 무리한 강제수사가 의료진의 진료활동을 위축시키고 소아응급의료체계의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남부경찰청의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을 규탄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30일 환아 사망사건 수사를 이유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날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의료계는 소아응급실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분노와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며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응급실이 공권력에 짓밟히는 비상식적인 일이 2026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경찰이 강제수사에 앞서 의료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경찰은 강제수사에 앞서 해당 의료기관에 단 한 차례의 자료 요청도, 임의제출 요청도 하지 않았다"며 "의료기관과의 소통으로 얼마든지 확보 가능한 자료였지만 아무런 예고 없이 압수수색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강제처분 최소화라는 수사의 대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라며 "법 집행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생사가 오가는 응급 진료 현장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친 이번 사태는 그 선을 넘어버린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압수수색 당시 응급실에서 중증 환아에 대한 긴급 처치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당시 응급실에서는 경련이 멈추지 않는 환아에게 여러 차례 약을 투여하고 호흡을 유지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며 "그야말로 생사가 갈리는 초응급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그 절박한 순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압수수색을 밀어붙였고, 진료실에서 컴퓨터로 처방을 내리고 있는 의사에게 컴퓨터 확인을 위해 자리를 비우라고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이번 사태가 소아응급의료체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국가가 응급의료진 보호 책무를 방기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붕괴 직전인 소아응급 의료체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소아응급의료진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리하고 강압적인 압수수색으로 응급의료진의 진료활동이 위축되고, 그로 인해 환자의 생명에 위해가 초래된다면 경찰당국은 그 어떤 이유를 내세운다 해도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의협은 경찰에 의료계와의 사전 협의를 통한 응급의료 현장 수사 규칙 및 준칙 마련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번 압수수색의 결정부터 집행까지 전 과정을 조사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고, 경기남부경찰청이 국민과 의료진 앞에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응급실은 한 치의 진료 방해도 허용돼서는 안 되는 생명의 최전선"이라며 "응급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과 환자들이 다시는 이러한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 류정민 회장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압수수색이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 수사라고 비판했다. 류 회장은 "응급의료 행위 과정 중 발생하는 사망은 즉시 경찰 신고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며, 압수수색이 필요한 사안은 더욱 아니다"라며 "이 지극히 당연한 사실조차 사회적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저희는 이 업을 결코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환아가 숨을 거뒀을 때 담당 의료진 역시 깊은 고통을 겪는다"며 "그러나 애도와 회복의 겨를도 없이 이어지는 무차별적인 형사 고소와 수사는 현장 의료진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으며, 소아응급의료의 기피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사당국이 의료진을 처음부터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했다는 점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류 회장은 "국정감사에서 경찰 책임자는 '임의제출보다 강제수사가 의혹 해소에 낫다고 판단했다'고 강변했다"며 "이는 수사의 편의와 기관의 면피를 위해 촌각을 다투는 응급의료 현장과 환아의 생명권을 얼마든지 희생시켜도 된다는 잔인한 수사 편의주의의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경찰 측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진료 방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류 회장은 "'환자가 없어 진료 방해가 없었다', '17분 만에 신속히 종료했다'는 경찰청장 대행의 해명은 현장을 기만한 왜곡"이라며 "소아응급센터에 대기 환자가 없는 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압수수색 당시 중증구역에서는 1시간 이상 경련이 멈추지 않는 생후 6개월 영아를 살리기 위해 항경련제를 연속 투약하고 기관 삽관까지 준비하던 초응급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의 호흡을 간신히 확보하고 필수 처방을 입력하던 순간 경찰이 진입했다"며 "더욱이 오전 응급실 진입에 이어 오후 외래 진료실까지 온종일 이어진 압수수색을 두고 방해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현장에 있던 환아들의 생명권을 위협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류 회장은 무리한 강제수사가 의료진과 보호자 간 신뢰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소아응급 진료의 핵심은 의료진과 보호자 간의 상호 신뢰"라며 "경찰의 무리한 강제수사는 보호자들에게 의료진을 불신하게 만들고, 이는 가장 신속해야 할 응급처치와 진료 전반을 마비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시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법적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는 그 어떤 의사도 소아응급실을 지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류 회장은 "소아응급센터를 치외법권의 성역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생명을 다루는 특수공간에 걸맞은 최소한의 상식과 법 절차 준수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수사당국의 즉각적인 사과와 응급실 진료권 침해를 차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사 준칙 제정을 촉구했다. 이어 "이 사태로 인해 소아응급 전문의의 이탈과 응급센터 지정 반납이 현실화돼 환아의 생명이 위협받는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무리한 강제수사를 강행한 수사당국에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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