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반대 피켓 든 의료계
발행일 : 2019-11-05 06:58:20 | 기자
[메디컬투데이 남연희 기자]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에서 ‘동의’로 선회하면서 10년째 표류 중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스템 도입이 진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공개한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중계기관으로 하는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법안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입장이 기존 신중검토에서 동의 입장으로 변경됐다.

금융위는 “중계기관을 심평원에 위탁하는 경우, 의료계가 심평원의 정보집적 및 향후 비급여 의료비용 심사 등을 우려하고 있는 바, 서류전송 업무 외에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열람 및 집적할 수 없도록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과 전재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 등이 요양기관에 진료비 계산서·영수증 과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등을 전자문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이 그 요청에 따르도록 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는 그동안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혀왔다.

의료계는 보험업계가 실손보험으로 인한 심각한 적자를 호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청구 간소화를 숙원사업으로 추진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이렇게 얻어진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를 거부하거나, 보험 가입이나 연장 거부의 근거를 쌓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예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법률 개정안 저지를 위한 총력전을 선언했다.

의협은 지난 2일 긴급 상임이사회를 개최하고 현재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청구 간소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 저지에 총력을 집중하기로 결의했다.

“환자 정보를 중계하게 되는 심사평가원이나 전문중계기관을 통해 개인정보가 누출되거나 악용될 소지가 있으며, 특히 정부기관인 심사평가원이 사기업인 보험업계를 위해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짚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이미 휴대폰 앱으로 서류를 찍어 보내는 것만으로도 가능한데 집요하게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보내도록 요구하는 이유는, 결국 보험사가 근거를 충분히 마련해서 액수가 큰 청구를 거부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라며 “청구 간소화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은 오직 보험업계뿐이며 국민과 의료기관은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전라남도의사회도 해당 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이 법안은 민간 실손보험회사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정보를 무더기로 유출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민간보험회사의 업무 편의를 위해 국가 기관의 빅데이터를 제공해 공익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과중한 업무로 인해 번아웃 상태인 의사들에게 민간보험회사 수익성까지 챙기도록 강요하는 부당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라남도의사회는 “만일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기관은 환자 진료의 세부 내역까지 실손보험회사에 보내야 한다. 환자의 건강에 관한 은밀하고 소중한 정보가 민간보험회사의 손아귀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험회사가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여 추후 해당 환자에게 보험 상품을 판매할 때 항목을 골라서 가입시키는 등 역선택을 하게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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